▲ 이석문 교육감

이석문 제주트별자치도교육감이 4,3 왜곡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정부의 국정교과서 행정 예고에 이어 지난 2일 행정 예고 시한 20일이 종료됨에 따라 바로 다음날인 3일 오전 정부는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를 강행했다.

이날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민 통합을 위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골자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안을 발표했다.

제주도교육청 이석문 교육감은 같은 날 오후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한 발표문을 통해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 퇴행"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은 이석문 교육감의 발표문 전문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한 입장>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습니다. 제주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역사는 다양성을 전제로 합니다. 과거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해석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학문이 역사학(歷史學)입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역사학을 배우며 다양한 시각을 자연스레 존중?인정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현실과 미래의 상황을 예측,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함양합니다.

제주는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4·3역사가 지역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도민들은 4.3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존중?인정하면서, 4.3의 아픔을 평화와 화해, 인권 등의 미래 가치로 승화시킨 위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4·3을 왜곡?폄훼하면서 4·3유족들을 비롯한 도민들이 또 다시 아픔과 상처를 입어야 했습니다. 이에 이번 정부의 결정이 매우 우려되고 걱정됩니다. 국정화 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취에서 퇴행하는 것입니다. 다양성과 자율성은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교육 본질적인 면에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민주적인 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하여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역사의 획일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타 시·도교육청들과 함께 교육감 권한인 인정 도서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교사들의 수업을 돕기 위한 장학자료 개발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역사교과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교육의 본질과 우리 아이들의 삶이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정중히 촉구합니다.

2015년 11월 3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석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