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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외모가 곧 계급

10대 화장품 시장 급증 [권대정 기자 2016-06-20 오후 1:53:48 월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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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화장품]

3000억원 규모 10대 화장품 시장
일부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김새론 등 또래 배우를 모델로

"성적보다 외모가 더 중요"
여중고생 88% "화장한 적 있다"
유튜브 동영상 통해 화장법 배워

서울 서초구의 중학교에서 10년째 가르치는 교사 이수정(34)씨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달라진 것 중 하나로 '여학생의 화장'을 꼽았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중3 교실을 기준으로 한 학급에서 너덧 명 정도가 화장을 했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이 한다"고 했다. 두발 길이나 치마 길이를 단속하듯 화장은 단속하지 않는 걸까. 이씨는 이렇게 답했다.

"단속을 하긴 하지만 등교 후 학교에서 화장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화장 단속의 기준을 어디까지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립밤과 자외선 차단제는 괜찮은데 BB크림은 안 된다고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 아이들한테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어요. 애들이 체중과 피부 등 외모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하는 것을 알고 계세요?"

◇여중·고생 88% "화장한다"

교복 브랜드 '엘리트'에서 지난달 여중·고생 158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가 화장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79.1%가 등교할 때 화장을 하고, 중학교 1학년(34.5%) 때 처음 화장을 시작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21.8%)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화장법을 인터넷(32.7%)과 유튜브(31.8%)를 통해서 배운다. 인터넷에서 '훈녀생정(훈훈한 외모의 여성이 되기 위한 생생 정보)'을 검색하면 10대를 위한 화장법과 추천 화장품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초딩화장'으로 검색할 수 있는 동영상만 약 1만4900개다. 초등학생이 직접 화장을 하거나 이들에게 화장을 가르치는 '뷰티' 동영상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10대 화장품 시장을 3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조성아 22'는 올 초 16세 전후의 10대를 겨냥한 색조 화장품 '식스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올해 열여섯 살이 된 배우 김새론을 모델로 발탁했다. '페리페라' '스킨푸드'도 각각 김소현과 김유정을 모델로 내세웠다. 둘 다 17세다.

◇"외모가 곧 계급"

(위)올해 16세가 된 김새론을 모델로 내세운 색조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아래)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을 통해 10대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웹툰‘외모지상주의’.
(위)올해 16세가 된 김새론을 모델로 내세운 색조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아래)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을 통해 10대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웹툰‘외모지상주의’. /식스틴 브랜드·네이버
교사와 부모는 10대에게 언제나 말한다. "화장을 안 하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하지만 지금의 10대에게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란 충고는 가혹하다. 이들에게 외모는 곧 계급이다.

중학생인 김현지(15·가명)양은 "학교에선 돈보다 성적, 성적보다 외모가 중요하다. 공부를 못 한다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뚱뚱하고 여드름이 많으면 백퍼(100%) 왕따를 당한다"고 했다. 2010년쯤부터 10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얼평'은 여전히 유행이다. '얼평'은 얼굴이나 전신 사진을 올리고 서로 평가를 해주는 것이다.

서울 잠실의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는 트레이너 정다혜(31)씨는 "방학이 시작되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 회원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입시를 위한 체력 관리나 건강관리를 위해서 오는 게 아니다. '뚱뚱하면 왕따가 된다'는 게 이들의 공통 얘기다. '몸짱으로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중학교 1학년짜리 남자애나 예쁜 엉덩이를 갖고 싶다는 여고생들도 있다"고 했다.

10대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 '외모 지상주의'다. 10대들의 하위 문화를 가감 없이 그려낸 이 작품은 인터넷에 올라오기만 하면 웹툰 순위 1위를 차지한다. 못생겨서 왕따를 당했던 고등학생 '형석'이 잘생긴 몸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형석이 외모에 따라서 학교에서 얼마나 다른 대우를 받는지 보여준다. '외모 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는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거나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그냥 현실의 모든 것을 반영하려고 그렸다"고 했다.

교사 이수정씨는 "한때는 눈매를 강조한 뱀파이어 같은 '현아' 화장법이 유행인가 하면, 얼굴을 하얗게 만들고 입술에 빨갛게 물들이는 '아이유' 화장법을 따라 할 때도 있다. 한 듯 안 한 듯 투명한 화장법을 강조한 '수지' 화장법도 있 었다. 이들의 화장 유행은 그때그때 인기가 많은 아이돌의 그것을 따라간다"고 했다.

중·고생과 같은 또래 연예인들이 TV를 장악했고, 어른들은 이들을 이상적인 외모의 기준으로 칭송하고 있다. 10대 중후반 아이돌에게 '꿀벅지' '극세사 다리' '초콜릿 복근'이란 수식어를 남발하는 사회다. 누가 10대에게 "있는 그대로가 예쁘다"며 화장을 자제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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