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미구 벤처기업 입사
하면된다가 된다 [권대정 기자 2015-11-26 오전 10:36:41 목요일] djk3545@empas.com
[美벤처 '옐프' 개발자… 달동네·지방대 출신 강태훈씨]
-기준 미달? 일단 질러라!
회사 다니며 컴퓨터 독학… 기업 100곳 무작정 지원
한때 F·P 발음 구분도 못해… 'What?' 연발하며 일했죠
요즘 유행하는 '흙수저(집안 배경이 좋은 금수저와 대비되는 말)' 스펙을 가진 이 청년은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봉 3억원이 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됐다. 미국에서 맛집 등 지역 정보 서비스로 유명한 '옐프(Yelp)'의 개발자 강태훈(36)씨의 얘기다.
스스로를 '실리콘밸리 흙수저'라고 말하는 강씨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했지만 학업에 흥미가 없어 3학년 때까지 평균 학점은 1점대였다. 2000년 IT(정보기술) 회사에 병역 특례로 입사해 처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인터넷에 자료가 다 있어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막상 독학해보니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당시 불었던 벤처 바람이 꺼지면서 임금 체불이 길어졌고, 영세한 IT 회사 세 곳을 전전했다.
그는 당시의 절박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번 질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100여 곳의 기업에 원서를 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당신 회사에 꼭 필요할 것'이란 당돌한 자기소개서를 보고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연락이 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주관식 문제 10개가 입사 시험이었다. 답을 열심히 썼지만 결과는 '0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답이 나왔느냐"고 묻는 면접관에게 나름의 근거를 갖고 또박또박 답변했고 강씨는 일자리를 얻게 됐다. 그는 "스스로 기준 미달이라고 생각하고 대기업에 이력서조차 넣지 않는 사람은 도전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게 된 것 역시 '질러보자' 정신 때문이었다. 2010년 지인(知人)이 미국의 한류 콘텐츠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당시 토익 600점에 대학 졸업 이후 영어 공부 한 번 해본 적 없고, F와 P 발음이 다르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였지만 '돈 받으면서 미국 구경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덥석 받아들였다"고 했다. 한 달간 할 수 있는 말은 '왓(What·뭐라고)?'이 전부였고, 면접 볼 때마다 '천천히 말해달라' '어려운 단어는 빼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실리콘밸리는 이민자가 많아 언어에 관대한 편"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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