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소음으로 몸살
오늘은 트로트 내일은 집회 [권대정 기자 2015-11-05 오전 10:09:57 목요일] djk3545@empas.com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3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트로트' 가요가 구성지게 울려 퍼졌다. 광장 남쪽에 마련된 무대 앞에선 사람들이 노랫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기 바빴다. 광장 한쪽에선 각설이 분장을 한 남자가 북을 두드리며 목소리를 한껏 높여 타령을 불렀다. 이날 서울광장에선 오전부터 우수 전통시장 박람회가 열렸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행사는 오후가 되자 상인들의 노래자랑과 초청 가수 공연이 이어지다가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그 사이 광장 주변에 근무하는 직장인과 광장을 지나는 행인들은 소음(騷音)에 귀를 막았다. 행사장 확성기가 뿜어내는 소음에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서울광장이 각종 행사로 '소음 몸살'을 앓고 있다. 가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연일 각종 행사가 열리면서다. 대부분 법이 정한 소음 기준을 훌쩍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구청이 소음 단속 때 사용하는 일본 리온(RION)사의 소음측정기 'Nl-31'을 이용해 서울광장 한가운데서 소음을 측정해봤더니 3분 동안 평균 91.9㏈(데시벨), 최대 104.4㏈의 소음 수치가 나왔다. 생활소음 등을 관리하기 위한 소음진동관리법의 소음 기준치(주간 70㏈·저녁 65㏈)를 훌쩍 넘긴 수치였다. 90㏈은 '소음이 심한 공장 안', 100㏈은 '열차가 지날 때의 소음'에 해당한다.
본지가 지난달 29일과 이달 3일 이틀에 걸쳐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며 3~5분씩 10여 차례 서울광장의 소음을 측정해본 결과 모두 법이 정한 기준치를 넘겼다. 3일 각설이 공연의 평균 소음도는 89.3㏈에 달했다. 초청 가수 공연 때는 행사 무대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재도 평균 82.2㏈, 최고 92.5㏈이 나왔다. 오후 6시가 넘으면 행사장 소음 허용 기준치가 65㏈로 낮아진다. 그러나 오후 7시를 넘은 시각에 광장과 맞닿은 서울도서관 안에서 소음을 측정해도 평균 82.6㏈, 최대 97.5㏈을 기록했다.
서울광장에선 지난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35종류가 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며칠씩 이어지는 행사가 적지 않아 사실상 서울광장에선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행사가 열린 것이다. 서울시가 직접 주관한 음악 공연만 두 달간 40건 가까이 된다. 다른 행사도 대부분 공연 프로그램을 포함한 경우가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 사용 신청을 한 행사 주최 측에 '소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미리 얘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이 거의 매일 소음을 뿜어대니 인근 사무실과 호텔 등은 죽을 맛이다. 서울광장 인근 A 특급 호텔 측은 "행사가 열릴 때마다 투숙객들의 항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광장 바로 옆 고층 건물 3층에 근무하는 회사원은 "소음이 심할 땐 사무실 안에서 옆자리 동료와 대화도 어려울 지경"이라며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놓을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이날 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백명화(44)씨는 "행사 참가자들에겐 흥겨운 음악일지 몰라도 인근 거주자나 직장인들에겐 고통스러운 소음"이라고 했다. 관광차 서울광장을 찾은 데이비드(45·미국)씨는 "이런 정도의 소리가 하루라면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몇 달씩 이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소음을 내뿜어도 괜찮은 건 한국의 소음 규제 시스템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소음진동관리법상 기준치를 넘게 되면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소음 단속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때 단속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구청 단속 공무원이 소음 민원을 받고 현장에 나와도 민원을 제기한 사람과 행사 주최자가 모두 입회한 가운데 측정해야 한다. 더욱이 행사 주최 측이 공공 목적을 내세우면 아예 소음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각종 문화·공공 행사 명목을 내걸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노래자랑 대회를 방불케 하는 행사가 매일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조선일보
<저작권자 ⓒ 시사TV코리아 (http://sisatvkorea.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n Air
시사 TV 코리아
서울 / 인천·경기 / 강원 / 충남 / 충북 / 전남 / 전북 / 영남(본부) / 제주 뉴스HOT
-
제주도 구매상담회 개최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청 본관 4층 탐라홀에서 도내 기술개발제품 생산기업과 공공기관..
-
2024년 제주도 최우수 축제 선정 제주특별자치도는 2일 제주도 축제육성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난해 도내에서 열린 축..
-
제주도 2024년 소규모주택정비사업 ..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개발공사와 함께 도내 전 지역에서 2024년 소규모주택정비..
-
제주도 2035 탄소중립 비전 선포 제주도는 1일 오후 한라수목원 잔디광장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
-
제주도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올해 19개..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2023년 9개..
-
제주도 챗GPT 디지털행정서비스 우수..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30일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
제주도-한화시스템, 제주한화우주센터 .. 제주특별자치도와 한화시스템은 29일 오후 서귀포시 하원테크노캠퍼스에서 제주한화우..
-
제주도 향토자원 제주흑우 브랜드 육성..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흑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민관 합동 거버넌스를 ..
-
김애숙 제주도정무부지사, 서귀포시 대.. 김애숙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28일 오전 11시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
-
올해 제주도 첫 추경 4300억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첫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4300억원 수준으로 편성될 전망..
-
제22대 국회의원 제주지역 문대림 김.. 제22대 총선 결과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04년 제17대 ..
-
제주도 도내 6개 보건소에서 비대면 .. 제주특별자치도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도민 의료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고 진료 ..
-
제주도 제27회 제주도 관광기념품 공..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7회 제주특별자치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열고 제주를 상징..
-
제주도 정무부지사 첫 현안업무 점검회.. 제주특별자치도 김애숙 정무부지사가 11일 오전 9시 제주도청 본관 2층 백록홀에..
-
제주도 챗GPT가 리스펙! 제주 속 .. 제주특별자치도는 도·행정시 소속 공직자들로 구성된 생성형 AI 학습 동아리가 9..
TV 특집 프로그램
기획기사
정읍 무성서원, 세계유산 됐다!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은 우선 우아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