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카드 jq 경향 권대정
jdc 티볼트 감귤 cccc n
홈- 뉴스 - 정치

욕망의 386 세대 '조국'

낙관으로 자기수치심 없어져 [권대정 기자 2019-09-13 오후 1:24:24 금요일] djk3545@empas.com

PRINT :    SCRAP :

사회·심리학자 20명에게 '조국 사태'를 묻다
전문가들 "曺만의 문제 아닌 386세대 이해해야"
"낙관적 착각 빠지면 자기 행동에 수치심 없어져"
"자식에 눈먼 부모가 가질 수 있는 공통적인 문제"
일부 학자들 "분석할 가치 있느냐"며 답변 거부도

[쉐보레] 콜로라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화 운동했다는 고위층들의 이중성이 조국 사태로 민낯을 드러냈다. 조 법무장관의 일탈일까. 한국 사회 구조적 모순일까."

"조 장관의 SNS(소셜미디어) 등의 발언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었다. 유명인들의 실제 삶과 동떨어진 말들…보통 사람들의 ‘언행 불일치’와 뭐가 다른 것일까."

"조국 사태가 안긴 젊은 층의 박탈감과 분노, 비단 딸 입시 부정 때문일까."

지난달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지난 9일 장관 임명까지 꼬박 한 달. 그간 SNS에 직언·직설을 남기는 진보 성향 법학자로,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임했던 조국 신임 법무장관이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물론 조 장관 가족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은 여전히 검찰 몫으로 남겨졌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답을 구하기 위해 사회·심리학자 20명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여러 대답을 들었다.

9일 오후 부산대 정문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50여 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세 번째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부산대 정문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50여 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세 번째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쉽사리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20명 중 견해를 밝힌 사람은 13명. 이 가운데 3명은 익명을 요구했다. 나머지 7명은 "조 장관과 관련해 말하고 싶지 않다" "분석할 가치가 있나"라며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조 장관에 대한 전문가들의 중복된 의견은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도덕 불감증인지도 모른 채 ‘나만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덕적 정당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학자들은 조 장관만으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른바 ‘정치권 386세대’의 특징을 이해해야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태를 직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사회·심리학자들의 조 장관 사태에 대한 분석이다. 중복된 답변은 제외했다.

곽대경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내로남불’을 일삼는 사람을 범죄의학 이론에 대입해 보면, 이들은 타인은 쉽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결점은 남들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른바 범죄자들의 ‘낙관적 착각’이다.

조 장관을 보면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해 ‘나는 오류가 없다’와 같은 ‘완벽성’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낙관적 착각에 빠진 이들은 염치가 없고 자기 행동에 대한 수치심이 없다. 실제로는 도덕적 수준이나 윤리적 잣대가 높지 않아서, 겉으로 폼 잡고 잘난 척하더라도 실상 속내를 보면 그만한 내공이 부족하고 결국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언행일치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노력’으로 이를 메우려는 모습이 중요한데, 조 장관 사태를 보면 노력보다 ‘편법’에 가까웠다. 나도 교수지만 ‘저런 방법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갖은 수를 써서 자식들이 스펙을 쌓았다. 386 중에서도 예외적인 조 장관 개인의 위선, 일탈로 보인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조 장관 사태는 개인이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 있다기보다는 세대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최근 사회과학자들은 386세대를 두고 ‘소유의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고 실상 ‘독점의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으니 내가 해야 한다’는 식의 독점적인 지배에 대한 욕구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다. 조 장관이 ‘내가 맡은 몫을 끝까지 해내겠다’며 끝까지 직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청년들은 큰 박탈감을 느꼈지만, 분노가 예상보단 공공연하게 표출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청년뿐 아니라 지식인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앞에 나서 비판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결국 자신의 기득권을 수호하려고 뒤로 물러나는 게 아니겠나."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조 장관이 속한 386 세대는 이른바 ‘큰 정의’라고 불린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작은 것’은 희생될 수 있다는 공리주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A를 위해서 B를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서 효용을 다했고,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는 더 이상 우리 사회를 혁신시키지 못한다. 조 장관 사태 또한 이 지점에서 대중이 분노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진보의 이중성’은 한국 사회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처럼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에 전면적으로 진출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미국의 경우 양당제, 다당제 진보·보수가 왔다 갔다 하는 시스템으로 노동 운동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과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치는 대학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민주화 이후에는 학생운동 세력이 중앙정치에 전면적으로 등장했다.

조 장관은 진보를 대표하는 리더격의 인사였으며 386세대의 정치· 문화 코드를 대중에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이념적인 순수성과 명확성을 내걸어 왔지만 앞서 말한 386세대처럼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은 희생할 수 있다는 행태가 비쳐 사람들의 실망이 더 큰 것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 조국 후보자가 참여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 조국 후보자가 참여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익명 요구한 지방 사립대 A교수
"조 장관 사태는 한국 사회 지배집단의 ‘도덕적 불감증’이 누적돼 표면 위로 드러났다고 봐야한다. 도덕적 역치가 낮은 사회 지도층의 한계인 것이다.

모든 세대엔 성공한 엘리트가 있고, 이들이 모두 이중적이라고 볼 순 없다. 다만 조 장관도 그랬듯, 정치 386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도덕성을 훨씬 더 중요한 가치로 내세워 왔음에도 실생활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건 조 장관도 본인의 저서 ‘진보집권플랜’에서 지적한 부분이다. 물론 책에서도 자신은 쏙 빠진 채 ‘생활 우파 386’을 비판할 뿐이었지만.

정치화된 집단이 기성세대로 진입하며 내보이는 이중성은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성격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도 기성세대에 편입하면서 ‘이중성’ 문제를 노출했었다.

다만 한국 엘리트 집단은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해결하는 과정이 없었다. 도덕 불감증 사회에서 ‘나보다는 네가 더 잘못했지 않느냐’는 소모적인 논쟁으로만 소비돼 왔다. 자기반성 없이는 조국 사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조국을 포함한 정치권 386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한 탓인지 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어려워 보인다. 과거 ‘민주주의’를 외친 자신과 현재 권력의 한 축이 된 자신은 이미 다른 존재임에도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다. 비단 조 장관뿐만 아니라 여·야 가릴 것 없이 현재 권력을 쥔 기성 정치권에서 드러나는 특성이다.

조 장관은 현재 ‘나’밖에 모르는 상황에 있는 것 같다. 본인만이 대단한 ‘투사’로 무언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면서 ‘전에 내가 좀 몰랐던 거, 그거 가지고 뭘 그래. 내가 누구를 해치기라도 했어?’와 같은 ‘도덕적 정당화’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본인 기준에서 더 나쁜 사람이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된다. 이번 사태 또한 결국 ‘그래 잘못했어, 말을 좀 잘못했네’ 정도로 끝나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형 함께심리연구소 소장
"조 장관은 ‘우리를 구원하러 온 수퍼맨’이 아닌, 개인의 욕망과 야망이 있는 386 정치권 인사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정치권 386은 순수한 이상보다는 개인적 욕망이나 야망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조 장관뿐만 아니라 과거 운동권에 발을 담근 이후 기득권에 적극적으로 편승한 이들이 이중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야당 쪽 기득권에 편승한 이들도 스스로 ‘좌파’라고 합리화하는 게 편하니 상대적 비판 정도가 덜할 뿐이지 결국 본질은 같다.

이들이 과거 젊은 시절 가졌던 순수한 이상을 견지하기를 바라는 건 대중의 소망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미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며 스스로 품어왔던 욕망을 기득권 내에서 이루려 하므로 ‘고결한 신념’을 견지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익명 요구한 서울 사립대 B교수
"조 장관 등 정치권 386세대를 보면 자신만 ‘절대 선’이라고 여기는 데서 문제가 출발한다. 민주화 과정에 젊음을 투자했다는 심리가 작동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과 세대를 상대로 상대적 ‘우월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조 장관 또한 자신의 언행 불일치에 대해 ‘더 큰 것을 내가 했고, 해나갈 테니 이해해줘라’는 심리가 작동했다고 본다.

‘원칙’과 ‘공정성’이라는 가치가 바로 서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 흘러가는 행태를 보면, 차라리 어떤 면에선 불법이 편법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청년들 입장에서는 ‘조 장관처럼 파워 엘리트들은 자녀 인턴십까지 서로 품앗이를 하는데 나는 뭔가’하는 분노가 드는 게 당연하다. 그나마 공정·원칙·정의를 외쳤던 사람한테까지 공정성을 침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엔 편법에 의한 피로감이 만연해있다.

대학생들은 조 장관을 ‘융복합 인재’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펀드도 마스터하고 사회주의 이론도 마스터했다는 거다. 청년들은 과거 운동권 못지않게 아등바등 노력하는데도 과실은 386이 다 따먹고 돌아오는 성과가 없으니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데, 여기에 조 장관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청년들은 이번 조 장관 사태를 통해 편법이 통하고 그것이 결국 용인되는 결과를 학습했다. 편법이 더 이득이 되는 사회라는 학습이 반복되면 사회 규범 자체가 흔들리고 이는 결국 가치의 혼란과 아노미(무규범 상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진경 서강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조 장관 행태가 특별히 위선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드러났다고 본다. 개인은 속한 환경에 따라 신념과 배치되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치 등 대외적으로 보이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의 신념과 다른 말을 할 기회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걸 고려해야 한다.

한 사람을 판단할 때 우리는 주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를 보지만, 그 사람이 속한 환경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사회 주요 보직에 오른 이들이 특히 이런 ‘이중성’을 보이는 일이 많다. 한국 사회가 굉장히 빨리 변했기에 자신의 가치관이 성립되었을 때의 환경이 세대별로 각각 달랐을 거다. 60년대 요구된 가치관과 80년대, 2000년대의 가치관이 다르니 조 장관이 지닌 가치관 또한 세대 간 차이가 극명하게 있을 수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조 장관 사태는 틀림없는 개인의 일탈이다. 다만,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 현 한국 사회의 40대 후반~50대 초반 세대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자녀 문제’다. 이 연령대에 속한 조 장관은 본인과 관련한 문제보다도 자녀 관련 문제가 그의 ‘내로남불’ 행태에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본다.

실제로 조 장관은 자녀 교육과 관련해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이는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자식에 ‘눈먼’ 부모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자신의 인생과 자녀의 인생을 분리하지 못해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태다."

설동훈 북대 사회학과 교수
"조 장관이 평소에 말하던 것과 다른 삶을 산 것은 맞는다. 하지만 조 장관 사태를 386 세대로 확대하면 오답이다. 스스로가 이중성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자격이 되나 모르겠지만, 386 세대가 다른 사람과 비교해 특별히 이중적인 삶을 사는지 되묻고 싶다. 어느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와 달리 특별히 더 이중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On Air
시사 TV 코리아

서울 / 인천·경기 / 강원 / 충남 / 충북 /
전남 / 전북 / 영남(본부) / 제주
뉴스HOT

TV 특집 프로그램

기획기사

정읍 무성서원, 세계유산 됐다!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은 우선 우아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