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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전남 담양 오일장 단상

가을 흔적과 추석 분위기 [권대정 기자 2019-08-20 오후 1:39:54 화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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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5일장 

전남 담양 창평장은  5·10일에 열린다. 작은 규모의 장터지만 성큼 다가온 가을의 흔적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엿·한과 같은 특산품은 항상 눈길을 끈다.

전남 담양 창평장은 5·10일에 열린다. 작은 규모의 장터지만 성큼 다가온 가을의 흔적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엿·한과 같은 특산품은 항상 눈길을 끈다.

추석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한낮 기온이 여전히 40도 가까이 올라가도 추석이 늦춰지지는 않는다. 식품 MD가 직업인지라 몇 해 전까지 추석 90일 전부터 바빴다. 과거형인 이유는 더는 예전처럼 추석 선물세트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 전국을 다녔다. 올해처럼 추석이 9월 초에 있으면 데프콘 3와 동급의 긴장 상태로 출장을 다니곤 했다. 중간에 태풍이라도 불면 전시상태였다.  

모싯잎 가루로 떡을 빚고 동부(콩) 소를 넣어 찐 송편, 보리소주, 보리빵 그리고 삼복이 지나 가격이 내려간 민어나 병어 등이 반기는 영광이 원래 목적지였다. 그런데 귀신에게 홀렸는지 영광 장날을 착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다. 영광 법성포에 들러 굴비 이야기를 하다가 원래 목적인 오일장 날짜를 꺼내니 아뿔싸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영광 가는 길에 담양에서 볼일도 있었기에 담양 오일장을 알아보니 다행히 담양 창평장이 출장 일정과 맞았다. 영광에서 담양으로 가는 길, 하늘을 보니 어제보다 한 뼘 높아진 하늘이 성큼 다가온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 ‘엿 먹으라’ 했다고 화내지 마세요  

전남 담양에 처음 출장 간 게 2000년 초이다. 그 뒤 20년 가까이 매년 가고 있다. 설날과 추석 앞두고 두 번은 기본으로 가니 족히 40번 넘게 담양 출장을 다녔다. 담양은 유명한 게 참 많은 곳이다. 먹는 것으로는 떡갈비, 대통밥, 한정식이 있고, 풍경으로는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사시사철 좋지만 봄 초록이 한창일 때, 4월 중순의 아침 나절이 가장 아름답다. 관광객은 먹고 즐기러 담양에 가지만 식품 MD는 한과 때문에 담양에 간다.  

메타세쿼이아·떡갈비 말고도 
예부터 한과로 유명했던 고장
창평 엿은 사계절 냉동고 보관 
엿 속 ‘공기구멍’ 바삭함 결정
 

공기구멍이 나 있어 바삭한 창평엿.

공기구멍이 나 있어 바삭한 창평엿.

일상에서 “엿이나 먹어” 이야기를 들으면 싸우자는 신호다. 담양하고도 창평에서는 실제로 엿 먹으라는 소리다. 싸우자고 덤비면 안 된다. 창평면은 옛날부터 조청과 엿을 만들었고 또 맛나기로 소문이 자자한 고장이다. 조청을 만드는 이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한과 만드는 공장도 창평에 모여 있다. 조청을 더 곤 다음 길게 늘이기를 몇 번 하면 엿이 된다. 창평의 엿은 겨울에만 만들어 먹던 별미다. 날이 조금이라도 더워지면 특유의 바삭함이 사라지고 눌어붙는다. 창평 엿은 사계절 냉동고에 보관한다. 짙은 갈색의 엿을 늘이면 허옇게 색이 변한다. 늘이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엿 반죽 속에 공기 방울이 생긴다. 엿이 식으면서 공기가 빠져나간 곳은 구멍이 된다. 담양 엿을 깨물면 다른 엿과 달리 바삭한 이유다. 바삭한 엿이 녹으면 살짝 생강 맛이 나고는 이내 사라진다. 면사무소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한과도 구매할 생각이면 면 소재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과공장으로 가면 된다. 담양한과(061-383-8283).  

창평장은 5·10일에 열리는 작은 장이다. 작은 규모의 장터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계절의 분주함은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머무는 곳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장터에 갖가지 농산물이 있지만 유독 마른 고추와 쪽파 씨 파는 곳에서 사람들이 자주 발길을 멈춘다. 마른 고추를 안 사더라도 슬쩍 가격이라도 묻고는 간다. 마른 고추와 쪽파 씨는 김장 재료다. 마른 고추는 빻아서 보관하고, 쪽파는 8월에 심어야 김장에 쓸 수 있다. 불볕더위가 한창인 8월이지만 김장에 쓸 배추는 이미 파종을 끝냈다. 보통 배추는 90일 정도 자라야 수확하니 11월 김장철에 맞추려면 지금 심어야 한다. 농부들이 계절을 앞서 살기에 우리가 채소며 쌀을 편하게 살 수 있다.  

■ 5일장에서 만난 중년의 슬픔  

단돈 1000원에 시장에 나온 ‘중장년 호박’의 가격표에 묘한 동병상련을 느낀다.

단돈 1000원에 시장에 나온 ‘중장년 호박’의 가격표에 묘한 동병상련을 느낀다.

고구마 줄기를 다듬는 좌판 주변마다 호박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둥근 형태를 풋호박, 짧은 원통 형태를 보통 애호박이라 한다. 호박의 원산지는 감자와 같은 중앙·남아메리카로 조선시대에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늦봄에 호박씨를 심어 넝쿨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여린 잎을 데쳐 상에 올린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 며칠 후부터 상에 올릴 수 있기에 호박은 여름 대표 채소다. 

슈퍼에서 반듯한 모양새의 애호박을 볼 수 있다. 꽃이 떨어지고 애호박이 크기 시작하면 투명 필름에 넣고 키워 수확한 호박이다. 필름이 변형을 막기에 모양이 반듯하다. 이처럼 곧은 호박이나 오이는 모두 필름에 넣고 키운 것들이라 보면 된다.  

늙은 호박은 별도의 종이 아니다. 한여름 반찬으로 먹던 풋호박 몇 개를 서리 내릴 때까지 두면 호박죽이나 떡의 재료가 되는 늙은 호박이 된다. 오일장 한편에 애호박도 늙은 호박도 아닌 중장년 호박에 1000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우리네 인생사하고 묘하게 닮았다. 값어치 떨어지는 중장년 말이다. 애호박은 2000원이었다.  

창평 오일장은 그렇게 우리네 인생사와 닮은 풍경이다.

창평 오일장은 그렇게 우리네 인생사와 닮은 풍경이다.

■ 한나절 속이 든든한 국밥  

내장과 고기가 듬뿍 든 순댓국밥.

내장과 고기가 듬뿍 든 순댓국밥.

창평은 순댓국밥이 유명하다. 20년 전 처음 국밥을 먹었을 때는 주변에 국밥 파는 곳이 거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늘어 국밥 타운이 됐다. 맑은 국물에 양념장을 풀어 먹는다. 빨간 국물의 순댓국밥만 먹어 본 서울 촌놈이 왠지 잡내 날 것 같은 맑은 국물에 기겁했었다. 국물 한 모금 맛보니 잡내는커녕 깔끔함에 감칠맛까지 도는 맛있는 국물이었다. 내장과 고기가 듬뿍 든 순댓국밥 한 그릇이면 서울로 가는 동안 속이 든든했다. 전국을 다니며 먹어본 국밥 중에서 광주 양동시장 국밥과 함께 첫손가락에 꼽는 곳이다. 깨끗한 국물과 입에 착착 달라붙는 김치 맛이 좋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한 곳만 갔지만 현지 지인들이 선호하는 식당은 건더기나 국물 맛으로 갈렸다. 내년 설날 전에는 다른 식당도 가 볼 생각이다. 시장국밥(061-383-4424).  

국밥을 먹고 창평면사무소 앞으로 가면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이 나타난다. 고즈넉한 돌담이 있는 골목길은 짧아 보이지만 길을 죽 이으면 3600m에 이른다. 천천히 걷다보면 국밥은 이미 소화가 다 됐다. 이웃인 고서면으로 10분 정도 운전하면 저렴한 가격에 육회비빔밥과 육전을 맛볼 수 있다. 

전남은 경북 다음으로 소 사육 두수가 많다. 특히 암소 사육이 많아 거세우보다 저렴하고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 식당마다 가격은 다르겠지만 보통 대도시에서 육회비빔밥은 1만원대 중후반이다. 들어 있는 육회의 양은 적다. 전남은 지역마다 한우 산지가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육회비빔밥 가격이 저렴하다. 싼 곳은 7000원부터, 비싸야 1만원대 초반이다.  

고서회관의 육회비빔밥과 육전.

고서회관의 육회비빔밥과 육전.

고서면에 있는 고서회관의 메뉴는 두 가지. 육회비빔밥과 육전이다. 7000~8000원짜리 백반만 시켜도 수십가지 반찬이 나오는 전라도답지 않게 반찬이 서너가지다. 육회비빔밥의 주연은 육회인데 반찬에 원가가 분산되면 육회 양은 줄어든다. 고서회관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육회에 집중했다. 밥 위에 푸짐하게 올린 육회는 도시에서 먹는 육회비빔밥 서너 그릇은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가격은 9000원. 육전은 호주산 부챗살로 만든다. 가격은 9000원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그 이상이다. 단출한 메뉴에 영업시간도 짧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해 오후 2시30분에 종료한다. 겨우 마감시간에 도착해 먹고 왔다. 고서회관(070-8200-1489).  

■ 담양의 숨겨진 드라이브 코스  

담양 읍내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한데, 거기에 나무가 좀 많다뿐이지 유일한 것은 아니다. 담양 곳곳을 운전해보면 참 아름다운 길이 많다. 필자는 담양 읍내에서 순창 넘어가는 옛길을 가장 좋아한다. 오가는 차량이 적어진 한적한 옛길, 여전히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참 좋은 곳이다. 또 다른 길은 고서면에서 광주호로 가는 길이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있는 길을 호젓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고 맛있는 포도를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주호 가는 길이다. 처음부터도 그랬지만 여전히 광주호라는 이름이 이해가 안 된다. 호수의 위치는 담양군인데 광주호라 부른다. 아무리 고개 하나 너머가 광주라고 해도 지나칠 때마다 이름 참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무작정 식당을 찾아다닐 때가 있다. 출장 중간 두어 시간의 짬이 생길 때 내비게이션을 끄고 길과 느낌의 흐름을 따라 찾아다닌다. 그러다 만나는 식당들 대부분이 ‘꽝’이지만 스무 번에 한 번 정도는 탄성이 나오는 집을 만나기도 한다. 광주호 초입에 있는 메밀국숫집이 딱 그런 곳이다. 메밀국수 공장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건면이 아니라 매일 만드는 생면으로 메밀국수를 낸다. 국수를 단품으로 주문할 수도 있고, 국수에 돼지갈비나 돈가스와 세트로 주문할 수도 있다. 메밀 전문점이지만 돼지갈비 굽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단맛과 짠맛이 조화를 이룬 양념 맛에 불향까지 더해져 국숫집보다는 돼지갈빗집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내마음의 풍차(061-383-5007). 

한창 담양을 다니던 10여년 전에는 서울에서 출발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지나는 길로 담양에 갔다. 광주 시내를 통과하기 싫을 때는 백양사IC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담양으로 가곤 했다. 장성과 담양의 경계에 수북면이 있다. 수북면에는 대통밥, 떡갈비를 파는 식당도 있지만, 외지인에게는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추어탕집이 여럿 있다. 남원의 추어탕 골목처럼 모여 있지 않고 차를 몰고 가다 보면 한 집 나타나고, 몇 분 있다가 또 한 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15년 전 담양 출장길에 처음 맛본 곳이다. 구수한 국물과 우거지 맛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같이 딸려 나오는 갈치속젓에 있었다. 밥 한 공기의 반은 추어탕과, 반은 갈치속젓과 먹을 만큼 맛있다. 필자처럼 위가 작은 사람은 한 공기지만 갈치속젓 때문에 밥을 추가 주문하는 사람도 꽤 있을 정도다. 성복식당(061-383-3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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