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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그리움이 되다' 어그레시브 인라인 김대철의 짧은 삶에 남긴 의미

은평성모병원에서 3명에게 간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 떠sk [양동익 기자 2024-08-25 오전 11:21:05 일요일] a0102410024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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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철(44) 씨의 아내 김연희(44) 씨는 남편을 '킹콩'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눈물을 머금고 남편과의 추억을 회상하던 김 씨는 남편의 애칭을 입에 올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김연희 씨가 꺼내든 사진 속에는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의 김대철 씨가 담겨 있었다. 김 씨는 "그 체구로 고난도 기술을 선보일 때 정말 킹콩 같았다"고 했다.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vQp-mByPgRA




 

김대철 씨는 국내외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어그레시브 인라인 1세대 선수였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에는 심사위원, 대한익스트림액션스포츠연맹(KXF) 기술이사, 대한롤러스포츠연맹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익스트림 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힘썼다. 아내를 '왕비님'이라 부르고 두 딸 바다(12) 양과 별(9) 양의 '머슴'을 자처하며 자상한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그런 김대철 씨가 지난 2월 13일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약 2주 전 받은 갑상샘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 원인이었다. 응급실 이송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며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한 달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3월 15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3명에게 간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김연희 씨는 2006년 8월 15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공연하러 온 김대철 씨를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했다. 과묵한 성격의 김대철 씨가 자신에게만큼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마음을 열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2년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사랑을 키웠고, 2008년 11월 결혼을 결심했다.

 

김연희 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신혼여행 첫날부터 많은 추억이 쌓였다고 말했다. 김대철 씨는 가족 사랑이 남달랐다. 그의 일기장에는 '멋진 남편, 멋진 아빠, 든든한 아들'이 인생 목표로 적혀 있었다고 김연희 씨는 전했다.

 

김대철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의 권유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스포츠 용품점 사장님의 후원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박상준 씨, 이태용 씨 등과 'AIR99'라는 팀을 결성해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대철 씨의 시그니처 기술인 ‘백플립’은 관중들의 큰 감탄을 자아냈다.

 

당시 어그레시브 인라인을 배우는 제대로 된 강습소는 없었다. 김대철 씨와 팀원들은 영화 '에어본' 속 장면을 따라하며 기술을 익혔다. 부상 시에는 스스로 치료해야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겠다며 술과 담배를 멀리했고, 외국 선수들과 교류하기 위해 영어 공부도 마쳤다.

 

2003년 김대철 씨는 국내에 선수용 인라인 스케이트를 수입하는 곳이 없자 직접 가게를 열었다. 그는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춘천 익스트림 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며 어그레시브 인라인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2월 13일, 김대철 씨는 갑상샘 수술 부위 이상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수술 부위가 터지며 기도에 피가 차 뇌 손상이 왔다. 가족들은 "의미 있게 보내주자"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김연희 씨는 딸들에게 진실을 전하며 힘겹게 이별을 준비했다. 딸들은 아빠를 처음 면회하며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김대철 씨는 딸들이 다녀간 다음 날부터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김연희 씨는 남편의 귓가에 "사랑했고, 고마웠고, 꼭 다시 만나자"고 속삭였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남편의 장례식을 준비하며 선수 시절 사진과 가족사진을 챙겼다. 김연희 씨는 "슬픔보다는 추억으로 가득한 장례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딸들은 오히려 우는 엄마를 위로하며 아빠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팀원들도 서로를 챙기며 김대철 씨를 그리워하고 있다. 박상준 씨는 "대철이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과 내 곁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희 씨는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남편을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수혜자에게 받은 감사 편지가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한 사람.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해." 

 

삶의 마지막을 남에게 내어주고 떠난 김대철 씨. 그를 기억하며 남겨진 이들이 전하는 추억은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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