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 현대카드 권대정 jq
티볼트 감귤 cccc n jdc
홈- 뉴스 - 기획기사

아이 간식 10명이 고구마 2개

돈에 눈먼 어린이 집 [김기완 기자 2015-02-10 오후 3:18:15 화요일]

PRINT :    SCRAP :

 

입력 : 2015.02.10 13:51

서울 성북구에 사는 민수(가명·4)는 오후 5시 어린이집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렸다. 맞벌이인 아들 부부 대신 민수를 돌봐주는 할아버지는 ‘아이가 크려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어린이집에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민수 엄마는 답답했다. 한번은 ‘키즈노트’(어린이집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오는 어린이집 점심 사진의 밥과 국이 적어 보여 두세 차례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은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아이에게 음식 남기는 습관 생기지 않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려고 그러는 거예요. 아이가 더 달라고 하면 더 주니까 걱정 마세요.” 민수 엄마는 “감사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민수 엄마는 깜짝 놀랐다. 쉬는 날 오랜만에 어린이집을 찾았다가 조사를 나온 시민단체 차량을 보게 된 것. 뭐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 관계자는 “다른 어린이집들이 문제가 많아서 그런 것”, “일부 극성맞은 엄마들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미 이 어린이집 학부모 30여명이 원장의 식자재 유용 등을 문제 삼아 경찰과 지자체, 시민단체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학부모들이 제기한 의혹은 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적게 줬다는 것. 아이 주먹만한 고구마 2개를 아이 10명에게 나눠 먹이는 등 간식량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도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청과 성동경찰서가 어린이집 합동 전수 조사를 벌이는 모습. /고운호 객원기자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청과 성동경찰서가 어린이집 합동 전수 조사를 벌이는 모습.

 

 

이 어린이집에 1년 가까이 아이를 맡겼던 학부모 A씨는 “(어린이집 측이) 딸기 6개 사진, 우유 1컵, 귤 2개 사진 등을 키즈노트에 올리기에 당연히 아이 1명이 먹는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한 반이 나눠 먹었다니 가슴이 미어졌다”며 “애들한텐 적게 주면서 남긴 식자재를 원장이 가져갔다는 교사의 증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수 부모가 “아이들 먹는 건데 좀 넉넉히 챙겨달라”고 하자 어린이집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집은 1등급 한우와 제주산 은갈치를 먹이는데, 애들한테 이런 (비싼) 걸 많이 먹일 수 있겠어요?”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질 때까지 기다려보려 했던 민수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어린이집을 옮겼다.

어린이집의 먹을거리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버려야 하는 음식을 냉동시킨 뒤 죽을 끓여 먹였다는 등의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이 어린이집 교사 B씨는 양심선언을 통해 부실 급식에 대해 자세하게 밝힌 바 있다. “조리사가 먹다 남은 잔반, 즉 냉동밥으로 죽을 끓였다. 저번주 먹었던 밥을 끓인 죽이라 찝찝해서 아이들에게 주지 못했다”, “밥과 반찬이 모자라서 이 반, 저 반 남았는지 얻으러 다녔다. 조리실에 가서 (음식이) 모자란다고 더 좀 많이 달라고 하니, 주문을 많이 못한다고 하더라” 등. 이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서 150여명에게 오이 8개와 닭고기 2kg으로 간식을 만들어 주더라”, “비닐봉지째 찌고 있는 달걀찜을 발견해 경악했다”고 전했다.

	2011년 8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급식을 하는 장면.
 2011년 8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급식을 하는 장면.

이 어린이집을 수사하고 있는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 어린이집 원장 이모(53)씨가 아이들의 급식비를 빼돌린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급식납품업체와 짜고 대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급식비 500만~1000만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사 B씨에 따르면 ‘사과 20개, 마늘 1kg’을 산 날 명세서에는 ‘사과 40개, 마늘 3kg’을 나오게 하는 등 매일 산 식자재를 최대 5배까지 부풀려 기록하는 수법도 썼다고 한다.

성북구 어린이집은 본지에 “당분간 취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원장은 지난달 28일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억울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 B씨는 “지금 당장 아이를 맡길만한 대안이 없는 만큼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며 “조사 기관의 결과가 나온 뒤 아이의 거취를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의 조사는 진행이 더디다. 지난달 12일 지도 점검을 한 서울시는 9일 “경찰의 (식자재) 횡령 혐의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관할 종암경찰서는 “서울시 감사 결과가 나오면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현재 어린이집에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라며 “아이들에게 급식을 부실하게 줬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천 어린이집은 교사 B씨가 앞서 수차례 구청에 어린이집 비리에 대해 고발했으나 시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대거 서명운동을 벌이고 구청·경찰·세무서에 진정을 넣자 그제서야 인천 남동구는 해당 어린이집에 운영정지 45일, 원장 자격정지 4개월, 국가보조금 420만원 환원 등 행정조치를 내렸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민수 아빠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나라에서 하는 거라 믿고 아이를 보낸 건데, 문제가 터지니까 시청이고 구청이고 하는 꼴이 참 답답하다”며 “몸무게도 잘 안 늘고, 수족구병도 걸리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긴 뒤 ‘여기는 밥을 많이 줘’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인천 어린이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당 어린이집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제대로된 행정처분을 제대로 할 생각은 않고 혹여나 불똥이 튈까봐 (사건을) 축소하고자 하는 자세를 접하면서 참담함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런 어린이집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On Air
시사 TV 코리아

서울 / 인천·경기 / 강원 / 충남 / 충북 /
전남 / 전북 / 영남(본부) / 제주
뉴스HOT

TV 특집 프로그램

기획기사

정읍 무성서원, 세계유산 됐다!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은 우선 우아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