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조광조 5백 주기 ‘해원제’ 한마당
춤사위와 노래로 원통한 마음을 풀고 마음의 평화를… [정상덕 기자 2019-10-13 오후 3:34:19 일요일] sangduk4025@hanmail.net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선생 서세(逝世) 5백 주기를 맞아 원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해원제(解?祭)가 축제 한마당으로 펼쳐진다.
사단법인 양복사가 주최하는 해원제는 오는 19일 오후 5시 옛 능주목 관아터(현 능주면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양복사 인성(仁晟) 스님은 “조선왕조 개혁의 기치를 들었다가 서른여덟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조광조(1482~1519) 선생의 원혼을 달래는 해원제를 갖게 됐다”며 “정암 5백 주기에 그가 피를 토하며 억울함을 삭혔던 역사적 현장인 능주에서 능주 씻김굿으로 축제를 열게 돼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해원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행사에서는 사단법인 양복사의 이사이자 화순 출신인 조명화 교수가 ‘해원제’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황지우 시인이 ‘해원’의 의미에 대해 설파한 다음, 역사학자 유봉학 교수가 조광조 선생이 조선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2부 행사는 축제 한마당으로 펼쳐진다. 전통적인 해원 의식인 씻김굿을 그것도 ‘능주 씻김굿’으로 연출함으로써 춤사위와 노래로 정암 선생 원혼의 원통함을 승화시킨다.
춤과 노래로 죽은 자와 소통하고, 산 자의 삶을 성찰하고 마음의 평화를 갈망하며 참가자 모두가 함께하는 행위예술이 한바탕 어우러진다.
해원제 행사를 기획한 화순 출신 조명화 교수는 “과거사를 파헤쳐 새로운 논쟁거리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며 “상처를 치유하여 우리의 성정(性情)을 순화하고, 반목 없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만드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또 “능주는 예부터 신청(神廳)이 있었던 곳으로 호남지역 무악(巫樂)과 속악(俗樂)의 본향이다”며 “역사적으로도 동학군과 의병들의 원혼이 즐비한 유서 깊은 지역에서 여는 해원제라 그 의미가 더욱더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양복사 인성 스님은 “조상 가운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이 있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픈 분들이 모여서 신명 나는 새날, 살맛 나고 평화로운 새날을 여는 축제에 동참해 달라”며 “앞으로 해마다 한반도 역사의 원혼들을 차례로 불러 해원의 축제를 벌일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조명화 교수는 “우리 역사에는 외세와 싸우다 죽은 영혼은 물론 사화(士禍)나 6·25, 5·18 등 내부 갈등으로도 죽은 원혼들이 많다”며 “그 원혼들은 우리에게 상처로 남기도 하고, 우리가 열어갈 미래의 장애로도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상처가 치유되고 장애가 걷힐 때까지 원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우리에게 절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곳이고, 산 자들도 죽음을 목전에 둔 존재들일 뿐이다. 죽은 자를 원만하게 보내는 일은 산 자의 가장 거룩한 일이다.”
조광조 선생은 조선 중종 때 사림을 대표해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선 사회를 한창 개혁하던 중 1519년 심정, 남곤, 홍경주 등 훈구파들이 주도해 일으킨 기묘사화의 괴수로 몰려 능주로 유배를 왔다. 중종이 다시 불러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조광조는 뜬금없이 사약이 내려지자 절망에 빠져 유명한 절명시를 남기고 한(恨) 많은 38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1519.12.20. 정암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절명시(絶命詩)
애군여애부(愛君如愛父)
임금 사랑하기를 아버지 사랑하듯 하였고
우국여우가(憂國如憂家)
나라 걱정하기를 내 집 걱정하듯 하였노라
백일임하토(百日臨下土)
밝은 해가 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소소조단충(昭昭照丹衷)
내 충성스러운 마음을 환히 비추리라
능주 조광조 유배지엔 애우당(愛憂堂)이 있고, 경기도 용인시 심곡서원엔 일소당(日昭堂)이 있다. 정암의 절명시에서 따온 글자를 조합,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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