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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행 1 - 한식의 세계

한국의 전통 맛으로 살려내 [권대정 기자 2017-08-25 오전 10:26:12 금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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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음 한식 코스의 메인요리 중 하나인 소고기 설도 산적 플레이팅(6인분)이 시선을 압도한다. 사모기둥을 잘라 뉜 듯한 백자도 눈길을 끈다. 눈으로 만끽하고 먹은 고기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온지음 한식 코스의 메인요리 중 하나인 소고기 설도 산적 플레이팅(6인분)이 시선을 압도한다. 사모기둥을 잘라 뉜 듯한 백자도 눈길을 끈다. 눈으로 만끽하고 먹은 고기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제철 재료+간장 섬세한 하모니…맛을 배우는 식탁
몇 년을 선망하고 궁금해하던 곳에서 지난 18일 저녁을 먹었다. 접근이 쉽지 않은 특수 한식당이다. 우선 비싸다. 점심 11만원, 저녁 17만6000원. 전통주 페어링을 겸하면 5만~7만원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코키지는 1병 3만원. 돈이 있다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약하기가 산 넘어 산이다. 한 끼에 한 팀(6~12명) 원 테이블에, 점심·저녁 통틀어 한 달 20회 정도만 손님을 받는다. 예약은 매달 첫 영업일에 전화 선착순이다. 예약금도 받는다. 유명 요리사들도 공부 삼아 찾는 곳이다 보니 이미 3개월 예약이 차 있다. 웬만한 경제력·집중력·끈기가 아니면 어찌 가겠는가.

그곳은 온지음(서울 종로구 효자로 17/전화 070-4816-6610)이다. 음식점이 아니라 연구소가 본업이다. 월드컬처오픈화동문화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의 일부다. 연구소는 의식주 전통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현대에 맞게 되살리는 방안을 탐색하는 옷·맛·집 공방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맛공방이 연구한 결과를 일반에 선보이는 자리로 손님을 맞는다. 연구가 중심이기 때문에 끼니마다 손님을 받지는 못한다. 2013년 6월 출범했다.

메뉴는 이 땅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최선의 맛을 내 차리는 한식 코스 한 가지뿐이다. 내용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이곳 한식은 조선 시대 서울의 반가(班家) 음식과 전국의 이름있는 종가나 만석꾼 집안 내림 음식을 바탕으로 한다. 옛 조리서도 교재로 삼는다.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발굴한 전래 향토음식도 가다듬어 어엿한 요리로 빚어낸다. 현대적 조리법을 가미해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는 한편 오늘의 한식을 모색하고 정립하는 작업이 맛공방에서 하는 일이다. 말은 쉽지만 구현은 지난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현장인 것이다.
온지음 맛공방은 접객보다 연구가 본업이다. 한쪽 벽 장식장에 우리나라 옛 조리서와 온지음에서 낸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다. 책마다 분류 라벨이 붙어 있는 걸로 봐서 상당한 규모의 서가가 있는 듯하다.

온지음 맛공방은 접객보다 연구가 본업이다. 한쪽 벽 장식장에 우리나라 옛 조리서와 온지음에서 낸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다. 책마다 분류 라벨이 붙어 있는 걸로 봐서 상당한 규모의 서가가 있는 듯하다.

‘지음’은 동사 ‘짓다’의 명사형이다. 의식주인 옷·밥·집을 마련하는 일을 우리말은 모두 ‘짓는다’고 표현한다. ‘온’은 ▷꽉 찬 ▷완전한 ▷전부의 같은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두 형태소가 합쳐진 ‘온지음’이라는 이름에서 ‘온전하게 짓겠다’는 뜻이 읽힌다. 공방에 들어서니 “옛 것을 바탕으로 바르고 온전하게 지금을 짓는다”는 표어가 보인다. 연구소의 지향과 오늘 맛볼 음식의 위상이 선명해졌다.


가기도 쉽지 않지만 내 처지에서 그 자리 식사를 기사로 쓰는 일은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우선 그곳 음식은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재료나 솜씨가 무시로 맛보는 흔한 게 아니어서 여느 식당 음식들과 비교하고 평가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관계의 특수성도 부담이다. 내 직장과 연구소가 소속된 재단의 운영 주체는 동일인이다. 그게 빌미가 돼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쓰기로 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제대로 지은 한식의 세계를 독자에게 알리는 것도 내 일이라고 판단했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먹어본 미각만큼은 소개해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새 음식이 나올 때마다 이것저것 묻고 메모를 계속했더니 공방의 박승배 선임연구원은 “다녀간 분들 중 가장 많이 묻고 적는 손님”이라며 웃었다. 그 기록을 소개하고자 한다.

관계의 특수성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를 하겠다. 관계가 있어서 그곳에 간 게 아니다.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호기심 많은 손님일 뿐이었다. 부지런한 지인이 예약을 했는데 빈자리가 생겨 편승했다. 천성이 게을러 ‘가야지, 가봐야지’ 4년을 혼자 노래만 부르고 예약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으로 이번에 한 자리 끼게 된 것이다. 음식 값은 정확히 각자 결제했다. 어떤 ‘관계의 빚’도 없이 식사를 마쳤다. 나오면서 공방의 조은희(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 방장이 자신이 나온 사진을 보내 달라 해서 이메일 주소 확인하려고 명함을 교환하다가 신분이 드러나게 됐다.
온지음 맛공방의 주방은 식탁 공간보다 넓이가 3배쯤 돼 보였다.

온지음 맛공방의 주방은 식탁 공간보다 넓이가 3배쯤 돼 보였다.

메뉴가 적힌 칠판은 프랑스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르 코르뷔지에 작품으로 나이가 100살쯤 된다.

메뉴가 적힌 칠판은 프랑스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르 코르뷔지에 작품으로 나이가 100살쯤 된다.

식당에 들어서니 우리 일행 6명의 식탁이 준비돼있다. 식사하는 공간보다 넓이가 3배는 돼 보이는 주방에서 8명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신분은 요리사가 아니라 연구원이다. 꾸밈이 거의 없는 실내의 식탁 옆 한쪽 벽에는 간결한 장식장과 나란히 걸린 흑판에 이날의 메뉴가 적혀 있다. 그대로 옮겨 보자.
마른안주 ①옥수수 콩죽 ②두부 토마토 잣소스 냉채 ③민어양념구이 ④산적 ⑤백화반 아욱국 금태구이 ⑥복숭아빙수 건시단자 대추고
칠판 맞은편 벽 구석에 놓인 여닫이 장식장은 덴마크 디자이너 에릭 코어의 1957년 작품.

칠판 맞은편 벽 구석에 놓인 여닫이 장식장은 덴마크 디자이너 에릭 코어의 1957년 작품.

흑판은 예사 물건이 아니다. 나이가 100살을 헤아린다.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겸 가구 디자이너 르 코르뷔지에(1887~1965) 작품이다. 맞은편 구석에 술잔과 커피밀 등이 놓여있는 여닫이 장식장은 덴마크 디자이너 에릭 코어의 1957년 작품이다.
한 사람 기본 차림. 냅킨 위에 메뉴 쪽지가 다소곳이 놓여있다. 발포 와인 1병을 가지고 가겠다고 연락해 잔을 준비해뒀다.

한 사람 기본 차림. 냅킨 위에 메뉴 쪽지가 다소곳이 놓여있다. 발포 와인 1병을 가지고 가겠다고 연락해 잔을 준비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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