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검찰 초유위 사태 예상
검찰, 수사는 원칙대로 할 것 [권대정 기자 2019-09-09 오후 6:55:07 월요일] djk3545@empas.com의혹→고소·고발→압수수색→부인 기소, 숨가빴던 한 달
여권 "검찰개혁 방해하나" vs. 檢 "절차 따른 수사일 뿐"
법조계 "장관과 총장, 지휘권·인사권 두고 초유의 사태 예상"
조 신임 장관 임명 소식이 들린 직후 검찰 내부 분위기는 평소와 같이 차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외부 일정이 따로 없어 청사 내부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본 뒤 구내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했다. 대검 한 간부는 "통상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총장은 가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장관 임명과 관련해 대검이 따로 입장을 발표할 계획도 없고, 따로 회의를 가질 계획도 없다. 수사는 정해진 절차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이 임명되기 2시간 전쯤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이모(40)씨와 이른바 ‘조국 펀드’가 투자한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모(54)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 중 핵심이 이 사모펀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가 투자한 2차전지 제조업체 WFM로부터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14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아온 사실을 확인했다. 조 장관은 그동안 "5촌 조카의 권유로 투자를 했을 뿐, 어디에 투자하는지 등은 전혀 모른다"고 해왔다.
그러나 이때부터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어지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시중의 여론도 검찰이 귀담아듣고 또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흡사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시계 사건을 보는 듯하다"고도 했다.
이후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6일까지 열흘 동안 검찰과 청와대·여권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됐다.이낙연 국무총리는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에선 "미친 늑대가 날뛴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검찰의 수사기밀누설, 피의사실공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결국 검찰은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1시간 전쯤인 6일 밤 10시 50분쯤 조 장관 부인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살아있는 권력과의 정면 충돌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무소불위의 수사권 남용"이라며 "이야말로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증거"라고 했다.
조 장관 취임 이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수사지휘권과 인사권 등을 두고 대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로펌 변호사는 "현 정권이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조 장관이 취임 후 자신과 관련된 수사팀을 교체하거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수사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재경지검 한 간부는 "장관이 수사지휘권과 인사권 등 을 들고 나와 검찰 수사를 흔들면, 검찰 조직 전체와 충돌하는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조 장관 말씀대로 ‘법무부는 법무부가 할 일을, 검찰은 검찰이 할 일’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문 대통령은 조 신임 법무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어 오후 4시30분에는 조 장관 취임식이 법무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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