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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위기 , 강남 좌파의 몰락

임명 시 문재인 정부 악영향 [권대정 기자 2019-09-07 오후 7:16:01 토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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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의 몰락…독재와 맞서던 용기도 개혁 외치던 열정도 사라져
‘진영 싸움’ 인식한 민주당·청와대의 착각…보수·검찰과의 싸움 아니다
진보·보수, 좌파·우파 가릴 것 없이 모두 부패하고 무능한 참담한 시대
조국 법무장관을 임명한다면 문 정부에 어떤 영향 미칠지는 예측 불허
 

한국의 대표적 셀럽이자 ‘강남 좌파’의 상징인 조국 때문에 온 나라가 사실상 내전 상태다.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궜던 일본과의 전쟁(?)마저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이 내전은 권력의 정점을 향해 무한질주를 해 온 ‘586 엘리트’가 최후의 승자를 놓고 벌이는 아마겟돈의 전조다. 권력투쟁이 삶의 본질임을 20대에 갈파한 이 세대는 권력은 싸워서 ‘쟁취’하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안다. 

한나 아렌트가 “혁명가는 권력이 땅에 떨어졌을 때를 알고 그것을 집어들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갈파했듯이 ‘혁명 세대’인 586은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검찰 쿠데타’로 규정함으로써 이 싸움의 본질을 권력투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겉으로는 개혁이나 정의 같은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속으로는 전략 자산을 총동원한 ‘586 엘리트’의 기득권 전쟁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2011년 <강남 좌파>라는 책에서 강남 좌파 논쟁의 본질은 ‘이념’이 아니라 ‘엘리트’ 논쟁이라고 날카롭게 통찰했다. 책의 부제가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인 이유다. 

2008년 총선에서 ‘강남’ 우파와 ‘강북’ 좌파의 상징인 홍정욱과 노회찬이 상계동에서 맞붙었을 때도 좌파와 우파가 아니라 강남과 강북에 방점이 있었다. 강남이나 강북은 문화적 계급의 상징이다. 강남은 모두가 갖고 싶고, 닮고 싶은 세련된 매력을 상징한다. 학벌, 부, 권력을 모두 가진 사람이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순간 ‘강남 좌파’라는 이 시대 최고의 상징 자본을 손에 넣었다.  

조국 사태는 강남 좌파와 586 엘리트가 오랫동안 감춰온 위선과 욕망의 민낯을 드러냈다. 권력 투쟁에서 이기려면 상대의 ‘아우라’를 가장 먼저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누구든 아우라를 잃으면 힘을 쓸 수 없고, 저항할 수 없다. 1990년대 한 건설회사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한다’는 광고 카피를 내세워 신분상승의 욕망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당신을 말하는’ 시대다. 가장 약한 고리인 딸이 학교 문제로 융단 폭격을 당하자 (머리 잘린 삼손처럼) 조국도 순식간에 아우라를 잃었다.  

2010년에 나온 <진보 집권 플랜>은 화보집 같은 구성으로 신선한 화제를 불러왔다. 그 책으로 그는 강남 좌파의 상징이자 진보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그는 진보 집권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뛰어들었다. 거침없이 말했고 용감하게 행동했다. 그는 백면서생이 아니었다. 그의 꿈은 2017년에 실현되었다.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전략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7년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20대에 혁명을 꿈꿨던 혁명가의 DNA는 여전했다.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586 엘리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은 비슷했다. 대학생 때는 대부분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학생운동의 지도부였던 일부 엘리트는 20대부터 엄청난 상징 자본을 얻었다. 1987년 체제를 쟁취한 그들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기에 민주화 운동으로 얻은 상징 자본을 밑천으로 곧장 엘리트 코스로 진입했다.  

이들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사회에 진출했다. 대기업, 언론, 법조, 관료, 시민운동으로 간 사람도 있었고 조국처럼 공부를 선택한 사람도 있었다. 20대 중후반이었던 이때부터 30대 중후반까지 이들 세대는 조직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시민단체와 청년단체 활동을 병행하면서 개혁의 목소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30대 중후반이 되자 조직 내에서 에이스 소리를 듣는 엘리트가 되었다. 그때부터 조직 내 승자가 되기 위한 사내 정치가 본격화되었다. 술집과 골프장으로 몰려다니며 인맥을 쌓았다. 주식과 부동산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회에 진출한 지 20년이 흐른 40대 중후반이 되자 조직 내에서 승자가 결정되었다. 대기업 임원, 정부 고위급 인사, 검사장, 언론사 간부, 대학에서 테뉴어가 되었다. 

조직 내 경쟁에서 이기고 대한민국 1%가 된 엘리트는 이때부터 조직 밖으로 눈을 돌리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동맹을 강화한다.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가 촘촘하고 끈끈하게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이익 동맹’을 구축한다. 강남 좌파도 기득권 동맹의 세련된 버전일 뿐이다. 10년이 다시 흘러 50대 중후반이 되자 마침내 대한민국 0.1%의 최후 승자가 되었다.  

1990년대 386이었던 이들이 586이 되었다. 실망스럽게도 20년 동안 지적으로는 게을러졌고 도덕적으로는 해이해졌다. 30대의 그들에게는 들을 만한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득권 ‘꼰대’가 되었다. 세상의 변화를 읽는 ‘통찰’이 20년 전보다 못하다.  

군사독재와 맞서던 20대의 용기도 없고, 개혁을 외치던 30대의 열정도 없다. 공적 마인드는 약해지고 사적 욕망은 커졌다. 사적 네트워크로 얽히고설키다 보니 ‘아는 사람’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위선적이고 이중적인데 부끄러움도 없다. 이미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는데도 개혁의 주체인 양 착각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성찰’도 20년 전보다 못하다. 

통찰은 부족하고, 성찰도 없으니 ‘현찰’만 좇는 게 586 엘리트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 강남 좌파든 강남 우파든 이념이 아니라 대한민국 0.1%의 엘리트가 사는 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깨끗하지만 무능한 진보’와 ‘유능하지만 부패한 보수’의 프레임이 작동했지만 지금은 둘 다 무능하고 둘 다 부패했다.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국 사태는 사법행정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 자질이 본질이다.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된 문제로 이해한다.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냐”고 비판했다. 

대중은 이슈 자체가 아니라 이슈를 다루는 태도를 보고 정치적 지지를 결정한다. 조국 사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싸움을 물러설 수 없는 ‘진영 간의 전쟁’으로 규정한 전략적 오판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위험한 전략이다. 이 싸움은 보수 진영, 자유한국당, 언론, 검찰과의 싸움이 아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고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조국 임명에 대해 비판적인 지지층에 맞서고 있는 것이 이 싸움의 본질이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조국 이슈가 ‘문재인 이슈’로 전환되면서 자진 사퇴 가능성에 기대를 갖고 있던 중도 스윙보터가 이탈하면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권도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중도 보수층이 이탈하면서 무너졌다. 40%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 중에서 이탈자가 나오는 것을 의미하므로 위기의 징후로 봐야 한다.  

훨씬 더 치명적인 리스크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검찰, 언론, 야당에서 스모킹 건이 나오면 연대 보증을 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감당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검찰을 개혁 주체로 보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진검승부는 피할 수 없다. 검찰이 전광석화 같은 기습을 했다. 검찰의 칼이 훨씬 예리하고 빠른데 싸움의 기술도 능하다. 회복불능의 치명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를 사실상 조국 청문회로 만들 것이다. 민정수석이 아닌 법무부 장관은 피할 도리도 없다. 해임결의안도 내고 국정조사·특검도 추진할 것이다. 국정감사는 사실상 ‘조국 감사’가 될 것이다. ‘기레기’라는 공개적 모욕을 당한 언론도 독을 품고 달려들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민주당의 기대대로 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검찰 수사에서도 치명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조국 장관은 일거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도 늦출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바라는 시나리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만약 검찰, 언론, 야당에 의해 회복불능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 이런 상황을 야기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지지층이 꽤 될 것이다. 최순실 사태 때 중도 보수가 “왜 부끄러움이 우리 몫이어야 하는가?”를 물었던 것처럼 똑같은 질문을 문 대통령도 받게 될 것이다. 어떤 정권, 어떤 정당, 어떤 정치인도 지지자에게 부끄러움을 안겨 주면 안 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불공정’에 예민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는 “이건 나라냐”로 되돌아올 것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의 어떤 메시지도 생명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메신저 거부 현상 때문이다. 

조국 후보가 사퇴할까? 아니면 임명을 강행할까? 임명한다면 대통령 지지율 40%가 붕괴될까? 검찰 수사에서 치명적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35%도 무너질까?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에서 당·정·청 전면 쇄신론이 나올까?  

조국 장관이 임명되어도 검찰개혁은 (야당과 검찰의 반발로)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이 기소된다면 대권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싸움의 본질을 진영 간 싸움으로 보는 전략적 오판 때문일 것이다. “조국이 무너지면 문재인도 무너질 것”, “조국을 지키지 못하면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릴 것”, “검찰 개혁에서 큰 성과를 내면 지지율은 회복될 것”, “그래도 자유한국당에 지지는 않을 것” 등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옳은 판단일까?  

아마도 오판일 것이다. 댓글로 응원하거나,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포털 실검 순위를 끌어 올리는 극단적 지지층이 정권을 지키거나 선거에서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잘못했을 때 지지를 철회하는 중도 스윙보터의 지지를 잃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정치는 단순하다. 지지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예외가 없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강남 좌파의 몰락이 민주화 세대의 몰락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라인홀드 니버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비판한 대로 비도덕적 이슈를 도덕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진보의 도덕 정치가 파산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김대중·노무현·김근태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모인) 민주당이 당내 이견을 전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국 이슈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던 조응천·박용진 두 의원이 당내에서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당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정권이 더 쉽게 무너지는 것을 박근혜 정권에서 보지 않았는가.  

지금은 모든 정치 세력의 상징 자본이 다 잠식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자유한국당에는 ‘자유’가 없고, 바른미래당에는 ‘미래’가 없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는 위선의 시대다. 

지난 칼럼에서도 인용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강남 좌파와 586 정치 엘리트를 위해 또다시 인용해야겠다. 짐 콜린스는 한때 세계 시장을 지배했던 위대한 기업의 몰락을 5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위기를 부정하면 몰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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