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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체제, 사직하는 검사들

항의성 줄사퇴 [권대정 기자 2019-08-02 오후 1:24:09 금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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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총장 내정 이후 검찰 간부 59명째 사의표명
文정권 ‘코드 인사’ 뚜렷해지자 항의성 줄사퇴
현 정부 인사 수사하면 좌천, 적폐수사하면 승진
"기수파괴 운운 말고 검찰 人事서 손부터 떼라"

윤석열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 6월 17일 이후 2일 오전 현재까지 한달 보름여 사이 총 59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파격 발탁’으로 단숨에 검찰총장 자리까지 오른 윤 총장을 시작으로, 고위 간부·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현 정부의 ‘코드 인사’가 뚜렷해지자 ‘항의성’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 내부에선 "이 정도면 검란(檢亂)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취재 결과, 2일 오전 한웅재(49·28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사의(辭意)를 밝힌 글을 올렸다. 그는 대구지검 경주지청장으로 있다가 지난달 31일 중간간부 인사에서 자리를 옮겼다. 부·차장검사 중심의 중간간부 인사 이후 이틀 만에 무려 20명이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앞서 윤 총장이 내정된 이후부터 계산하면 59명째다. 여기에 공식적인 사의 표명 없이 조용히 사표 낸 사람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에는 현 정권 인사들을 겨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서울동부지검 권순철 차장검사와 주진우 형사6부장이 포함됐다. 권 차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주 부장은 안동지청장으로 각각 발령났었다. 권 차장은 "인사는 메시지라 생각한다. 난관이 많았지만 (한찬식) 검사장과 정도를 걸었다"고 적었다. 이 수사를 총괄지휘했던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도 사표를 냈다. 주 부장검사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고 공직관이 흔들려 검찰을 떠나게 됐다"는 말을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

지난달 26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가 발표됐을 때도 한바탕 태풍이 불었다. 이즈음 검찰에서는 23명이 사표를 던졌다. 대부분 사법연수원 24~26기로,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검사들이다. 이 인사에서는 27기에서 2명의 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승진과 동시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이원석 해외불법재산환수 정부합동 조사단장이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발령났다. 두 사람 모두 윤 총장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등 ‘적폐 수사’를 함께 했다.

고위간부 인사 직후 검찰에선 ‘공안검사들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왔다. 승진하거나 요직에 발탁된 대부분이 윤 총장과 함께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었다.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한 김광수(51·25기) 부산지검 1차장검사는 대표적 공안 검사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당시 노무현 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도 직접 조사했다. 이튿날 사표를 던진 최태원(49·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2013~2015년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있으면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내란선동 사건을 수사했다.

김병현 서울고검 검사는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검사 중 마지막 남은 인물이었다. 당시 울산지검 검사였던 그는 강금실 법무장관을 향해 "검찰이 바라는 것은 검찰을 통제하는 장관이 아니고 검찰을 위해서 외풍을 막아주고 정치인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장관"이라고 했었다. 김 검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있을 때 ‘종북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조사해 강제출국시켰다.

그래픽=김란희 디자이너
그래픽=김란희 디자이너
검사들의 줄사퇴는 사실 예견돼 있었다. 현 정부는 기수·서열문화를 없애는 것이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해 왔고, 전임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나 아래인 윤 총장을 파격 발탁한 것은 신호탄인 셈이었다. 그러나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에선 "기수문화 등을 없애려는 검찰 개혁보다는 현 정부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적폐 수사’에 기여한 검사들을 중용한 것이 최근 검찰 인사의 특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잡음은 있어온 일이지만, 이 정도면 아주 노골적인 ‘코드 인사’라고 봐야 한다"면서 "그동안 검사들은 직(職)을 유지하면서 반발했는데, 이제는 아예 떠나버리는 방법을 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윤 총장 임명 때) ‘살아있는 권력에 더욱 엄정하라’는 대통령 메시지에 일면 기대도 했었는데, 역시나 똑같더라구요." 이번에 사표를 던진 한 검찰 간부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 고유의 문화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이 검찰 인사에서 손을 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예전 선배들은 살아있는 권력의 부당함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대면서 저항했고, 이를 검란이라고 불렀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다들 그냥 떠나거나 외면하고 만다. 물론 몇몇은 (정권이) 하라는대로 다 하겠지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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