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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세계경제 논쟁 뜨겁다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권대정 기자 2022-05-28 오전 10:07:02 토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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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에서 경기를 둘러싼 논쟁이 최근 뜨겁다. 41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하강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남은 문제는 경착륙(hard landing)이냐, 연착륙(soft landing)이냐다.

비관론자들은 연준의 긴축 행보에도 물가는 잡히지 않고 투자·소비만 꺾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빚어질 수 있다고 예견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내년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 돌입한다. 주가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근거로 연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이들 말이 맞는다면, 성장률은 하락하긴 하지만 경기 침체까지 가진 않고 반등한다.

요즘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에서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것도 이 같은 경착륙과 연착륙론 사이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배경과 연착륙 가능성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이견(異見)을 WEEKLY BIZ가 심층 분석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인플레와의 전쟁 시작한 연준

경착륙 우려가 본격 제기된 것은 미국에서 3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이후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3월 물가상승률은 8.5%(전년 대비)로 초(超)인플레이션이 지배하던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1%대에 머물던 물가상승률이 9%대에 육박하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 주장에 힘이 실렸다. 연준 내 매파 인사들은 1994년 이후 30년 가까이 봉인해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카드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스텝은 기준금리 1회 인상 폭을 통상적인 수준(0.25%포인트)의 3배인 0.75%포인트까지 넓히는 것이다. 결국 연준은 이달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빅 스텝을 단행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2회가량의 추가 빅 스텝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해 시장의 우려를 달랬다. 이에 따라 미국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금리 인상 다음 날 1~2%가량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주일 뒤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8.1%)를 웃도는 8.3%에 달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6.2%)도 시장 예상치(6.0%)를 상회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거나 3회 이상의 빅 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착륙 우려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 전망이 어두울 때 격차가 줄어드는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차는 ‘자이언스 스텝’ 가능성을 배제한 5월 FOMC 직후 0.19%포인트에서 0.44%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4월 물가상승률이 발표된 후 다시 0.26%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미국경제연구소의 윌리엄 루터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연준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고, 물가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연준 실패” 높아지는 경착륙 경고음

역사적으로 볼 때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1980년과 1994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과 달러 발행 증가로 1979년 물가 상승률이 13.3%까지 치솟자 해결사로 등장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취임 후 1년 3개월 사이(1979년 9월~1980년 12월) 연방 기금금리를 12.2%에서 22%로 10%포인트 가까이 올리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러한 노력 끝에 물가상승률을 1982년 4%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지만 실업률이 10%를 넘고, 기업이 줄도산하는 등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994년에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년 새(1994년 2월~1995년 2월)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렸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에 채권시장에서는 ‘대학살(bloodbath)’이라 불리는 가격 폭락(채권금리 폭등) 사태가 빚어졌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로베르토 펄리 글로벌정책 책임자는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립금리(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8차례 시도 중 6차례가 침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외에도 난제가 산적해 있다. 단기에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물가 수준이 너무 높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병목 현상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착륙을 예견하는 경제 구루(guru·권위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최근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쯤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경기 위축을 두려워해) 긴축을 지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작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경고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 역시 경착륙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다. 그는 최근 “경기가 연착륙하거나 물가가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향후 2년 내 경착륙할 확률이 3분의 2를 넘는다”고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정학적 역풍과 금융시장 변동성,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득 및 구매력 약화 등을 경착륙 요인으로 꼽았다.

주요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경착륙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35%”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고, 도이체방크는 “내년 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현재 기준 시나리오”라며 “경착륙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CNBC가 경제학자, 펀드매니저, 투자 전략가 등 30명의 시장 전문가에게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착륙 진영 “금리 인상 타격 적을 것”

반면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이 과거와 비교해 훨씬 양호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른바 경기 연착륙론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3월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내년 중반까지 3%포인트가량 오르며(금리 상단 기준 0.25%→3.25%)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 수준에 맞먹는 가파른 인상이다. 하지만 기업 및 가계 부채가 많지 않아 금리가 올라도 신용 위기가 불거질 확률이 낮고, 팬데믹 기간 저축을 많이 해둬 소비 여력이 충분한 데다 완전 고용에 가까울 만큼 실업률도 낮다는 게 연착륙론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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