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축구 '황당'
관중 없고, 전쟁 치른듯 [권대정 기자 2019-10-17 오후 2:01:33 목요일] djk3545@empas.com단장 맡은 최영일 축구協 부회장
“경기 1시간 전까지 무관중 몰라”
경기장서 한국 임원들 격리시켜
호텔 주변엔 요원들이 출입 통제
이동 막아 사실상 ‘룸 감금’ 상태
20일부터 평양서 亞 주니어역도
한국선수단 내일 출국해 관심
북한 평양 남북축구대결은 29년 만에 성사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의 남북대결은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지만, 북한은 한국 취재진과 중계진의 입국을 거부했고 관중도 들어오지 않았다. 외신은 “기이한 경기”라고 표현했고, 현장에서 기대감을 안고 경기를 지켜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북한축구협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한국 선수단을 철저히 통제했다. 선수들은 휴대전화 등을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맡기고 평양에 갔다. 평양에선 숙소인 고려호텔과 경기를 치른 김일성경기장 외에는 어떤 곳도 방문하지 못했다. 주장인 손흥민은 “통제된다는 느낌보다는 그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예민한 문제였고, 선수들도 조심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개인적으로는 잠을 많이 잘 수 있어서 좋았고, 휴대전화가 없어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 대표팀 임원을 ‘격리’했다. 대표팀 관계자들을 주요 귀빈이 자리하는 경기장 중앙이 아닌 한쪽에 몰아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임원은 이로 인해 북한의 초청을 받은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등 평양 주재 외교관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평양 숙소인 고려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감금 수준이었다. 호텔 주변엔 북한의 국가보위부 요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들이 진을 치고 경계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대표팀의 이동도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팀은 호텔 내 위치한 기념품점에도 접근할 수 없었다. 단체 이동 외엔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전부였다.
선수단장을 맡았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호텔 직원들은 규정을 설명한 뒤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고 호텔 밖 출입도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북한 선수들이) 팔꿈치를 휘두르고 무릎을 들이댔다”면서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면서 “우리는 정상적으로 기술축구를 하려고 했지만 북한은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를 펼쳐 경기가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상대가 거칠게 나와 후반 들어 심판이 경기를 수차례 끊었다”며 “선수들을 중재하고 주의를 주는 것이 반복돼 경기가 자주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무관중 경기’에 대해 “1시간 전 경기장에 도착해보니 사람이 없어서 많이 놀랐다”면서 “‘저 문이 열리면 5만 관중이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끝까지 (문이) 열리지 않아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가득 찰 것이라고 예상했던 평양 김일성경기장은 텅 비었다. 경기 전날 양 팀 관계자들이 참가한 미팅에서 북한 측은 “4만 명가량 관중이 올 것”이라고 통보했지만, 경기 당일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최 부회장은 “무관중 경기를 비롯한 여러 상황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애초 전세기, 혹은 육로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북한 당국의 거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 숙소이자 훈련장소인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평양까지 편도 200㎞, 차로 2시간 거리이지만 대표팀은 험난하고 먼 원정을 떠나야 했다.
대표팀은 평양에 도착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대표팀은 지난 14일 오후 4시 10분 순안공항에 내렸지만, 까다로운 입국심사로 인해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2시간 30분가량이 걸렸다. 챙겨간 식자재는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뺏겼고 대표팀은 호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한편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유소년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한국 선수단은 18일 출국한다. 이번 평양 역도대회는 20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이번 평양 역도대회엔 2020 도쿄올림픽이 출전에 영향을 미치는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다.
북한에서 국제역도연맹(IWF) 공인 대회가 열리는 건 2013년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선수권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역도선수단은 2013년에 이어 평양 대회에 참가한다. 선수 40여 명, 지도자와 임원 30여 명 등 70여 명 규모로 참가하며 김포공항을 출발, 축구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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