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은 왜 박지만에게 기밀문서 전달했나

자신의 입지 막아줄 박회장에게 문건 건넨것으로 [김지원 기자 2015-01-05 오후 2:52:12 월요일]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다. 작년 6월부터 올 1월까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비선(?線) 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부부의 동향을 담은 ‘박지만 문건’,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동향이 담긴 청와대 문건 등을 외부로 유출시켜 박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다. 공직자들을 감찰해야 할 비서관이 대통령 친인척의 ‘비선 라인’ 역할을 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무엇이 위법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그는 위법의 선을 넘었고,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그는 왜 그런 일을 했던 것일까.

?????하지만 충성심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더 많다. 오로지 충성심 때문이었다면 사실과 다른 문건까지 만들어 박 회장에게 보고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이들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조 전 비서관의 의도, 또는 출세욕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도 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그런 정황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 전 비서관은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네거티브대응팀으로 활동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진용이 짜여진 후 사석에서 “내가 민정수석으로 갈 줄 알았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민정수석실 선임비서관인 민정비서관에 검찰 후배인 이중희 비서관이 된 데 대해서도 적잖은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조 전 비서관이 행정관으로 추천했던 인물이 거부당하는 일까지 겹쳤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런 일들이 생기면서 조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이 자신을 견제한다고 확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비서관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화고 출세를 위해선 3인방 비서관과 정윤회씨를 견제하고 막아줄 인물로 박 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급기야 문건까지 건넸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박 회장을 비롯한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청와대 직제 규정상 민정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 소관이다. 그런데도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 대한 관리를 공직기강비서관실로 가져와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던 박관천 경정(구속)에게 맡겼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조 전 비서관이나 박 경정은 박 회장을 관리하고 감찰했다기보다는 그에게 여러 정보를 보고했다. 조 전 비서관이 이런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박 회장을 관리하려고 했던 점 역시 그가 박 회장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려고 했던 방증으로 사정당국은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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