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장 내정자, 이기승 부적격 의견

도의회 인사청문 못 넘어 [권대정 기자 2014-10-06 오후 6:44:46 월요일] djk3545@empas.com

언론인 출신으로 제주시장에 내정된 이기승씨(63)가 제주도의회의 혹독한 인사검증에서 부적격판정을 받았다. 도의회가 부적격의견을 제시하면서 한 차례 제주시장 낙마사태를 겪은 원희룡 지사가 임명을 강행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고충홍)는 6일 이기승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부적격의견을 담은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청문보고서는 의장에게 곧바로 제출된 뒤 제주도로 송부된다.

인사청문특위는 경과보고서에서 먼저 제주시장 예정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지만, 도민들이 납득할 만한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은폐하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새롭게 밝혀진 중상자 1명이 더 있다는 사실도 부적격 의견을 채택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특위는 당시 주취운전으로 인한 1명 사망, 1명 중상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자료제출 및 질의답변 과정에서 말 바꾸기 및 거짓말 등으로 일관한 것은 지도자 덕목으로서 중요한 도덕성 및 진실성의 결여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 전체 과정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은폐하려고 하는 등 45만 시민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업무 수행능력에 의문이 간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특위는 이 예정자의 직업윤리관도 문제 삼았다.

특위는 기자 시절 직위를 이용한 친동생 취업청탁의 문제, 도의회 감사위원 추천 과정에서 도민의 대표기관인 의회 의장에게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은폐하는 등 양심의 문제, 감사위원 임기 만료 전에 피감기관인 제주시장에 응모하는 등 공직자 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기승 예정자는 임기제 지방이사관인 제주시장직을 수행하기에는 적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부적격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도의회가 이기승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해 부적격판단을 내림에 따라 임명권자인 원희룡 지사가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에 도민사회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이지훈 전 시장의 낙마사태로 사전 인사검증이 필요하다는 도민사회의 요구에 제주도와 의회가 합의하면서 실시된 만큼 강제규정이 아닌 권고의견이라도 원 지사가 이를 거부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부적격 판정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줄줄이 예고된 도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물론 남은 청문회 일정이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수용해 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지훈 전 시장에 이은 두 번째 낙마사태로 시정의 공백사태가 장기화될 우려를 낳는다. 또 다시 공모를 해야 하고, 연말까지 행정사무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사 등 빡빡한 의회 의사일정을 감안하면 연내 인사청문 실시도 불투명하다.

원희룡 지사가 어떤 결론을 내든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대표 공약인 협치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자칫 인사참사로 기록될 상황 앞에 원 지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 도민사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인쇄하기